청년들이 생각한 무형유산 종목의 현재와 미래 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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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창호란?
창호는 소목의 한 종류로서 창(窓)과 호(戶)가 합쳐진 말이다.
출입, 채광, 통풍 기타 목적으로 벽체 또는 지붕 등에 낸 시설을 말하며, 창은 주로 채광이나 통풍하는 곳이고 호는 건축물에서 사람이나 물품이 드나드는 곳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물에서 창과 호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아 창과 문을 창호라고 통칭한다.
창호는 목재를 사용하며 그 나뭇결을 살려서 제작한다. 나무의 자연미를 풍겨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나무는 소나무, 오동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등 나무의 특징과 쓰임새에 따라 적당한 나무를 사용한다. 도구는 대패, 톱, 자, 그무개, 먹칼, 끌, 망치 등이 있다. 이보다 더 많은 도구가 있으며 같은 종류에서도 용도와 쓸모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건물은 목재로 만든 목조건축물이 주를 이루고 있어 자연스레 건축물에서 창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궁궐이나 사찰, 큰 민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건축물을 살펴보면 기둥 이외의 공간이 모두 창호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건축에서 창호는 중요한 요소이고 그 종류와 크기도 매우 다양하여 창호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숙련된 장인의 솜씨와 축적된 경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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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장 이종한 보유자
창호는 소목장과 창호장의 손을 거친다.
현재 소목장은 국가무형유산으로, 창호장은 대구광역시 무형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창호 제작은 소목장의 세부 기능으로 분류되어 소목장[창호]으로 심용식 보유자, 김순기 보유자, 조찬형 보유자, 김재중 보유자를 두고 있으며 대구광역시 무형유산 창호장으로 이종한 보유자를 두어 전통창호를 보호·전승하고 있다.
국가무형유산에 창호장이 없어 창호장들이 소목장으로 지정받는 상황에서 대구광역시는 창호가 건축물에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에 비해 전승자가 적고 수익성이 낮은 종목임을 고려하여 창호의 보호 및 전승 기반을 마련하고자 창호장을 신설하였다. 동시에 이종한을 창호장으로 인정하면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창호장이 되었다.
유일한 창호장 보유자 이종한은 15년 동안 백상운 밑에서 제자로 있으면서 전통창호와 사찰문 제작 기법을 배웠다. 이후 해인사 장경판전, 용문사 대장전 내 수미단, 수암종택, 성혈사 나한전, 환성사 대웅전 등 주로 영남지방의 창호를 복원 및 보수하였다. 8가지 꽃살창호(연근, 일원상, 일원도, 연모란, 연화, 모란, 신라금강저, 백제금강저)를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며 이를 현대에 맞게 재창작해 디자인 특허 등록을 하였다. 전통창호 문양 보급과 현대생활과의 접목을 위해 20여 차례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전국 및 지방대회에서 창호와 가구 직종의 출제위원, 심사위원, 심사장을 역임하는 등 각종 대외적 활동을 통해 창호 기능인 마련에 공헌하였고, 봉사활동을 진행하여 창호의 가치를 공유하였다. 현재 대학 등에서 전통창호를 교육하고 있고 대구광역시에서 인목전통창호연구소를 운영하며 전통창호 제작, 제작 기법 연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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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의 전통방식과 전통기법
국가유산의 수리는 국가유산수리 표준시방서, 국가유산수리종합정보시스템과 여러 법률을 바탕으로 한다. 국가유산수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유산 수리는 국가유산수리기술자, 국가유산수리기능자가 담당하는데, 창호의 수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유산수리기술자에 창호 관련 국가유산수리기술자가 없어 창호 수리는 국가유산수리기능자 소목수가 대신한다. 국가유산 수리 제도에 허점이 있는 것이다.
국가유산수리 표준시방서는 국가유산을 수리하기 위한 기본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기존의 양식과 기법에 따라 수리해야 하며 부재의 부식 또는 훼손으로 인해 재료의 교체, 대체, 보강이 필요할 때 수리할 수 있다. 기존의 재료가 변경되었거나 해당 국가유산의 양식에 맞지 않아 국가유산의 가치를 저해한 경우에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국가유산 특성상 그 유형과 특징이 다양해 천편일률적인 수리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용어와 표현을 구체적으로 사용하고 적용 범위를 명시하여 수리 시 불명확한 지점을 줄여 나가야 한다.
창호를 제작하는 방식인 전통방식과 전통기법, 비슷한 이 두 단어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전통방식과 전통기법 모두 제작 기법은 당연히 우리나라의 것을 따른다. 전통방식은 재료, 도구 등 창호 제작에 사용되는 것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라고 만들어진 것을 사용해야 하고, 전통기법은 재료나 도구의 원재료는 수입이 허용된다.
그렇다면 전통방식과 전통기법 중 무엇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옳을까? 둘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전통방식은 어떠한 과정에서도, 어떠한 것에도 수입산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전통기법을 따르는 것보다 까다롭고 전통방식을 따르는 것이 오히려 전통을 전승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디서 나고 자란 재료인지, 어디서 난 재료로 제작된 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것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는 창호를 ‘어떻게’ 만드는지 즉, 짜임법, 결구법, 창호 문양 등 그 제작 기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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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매일신문 (뒤에 보이는 것이 영주 성혈사 나한전의 꽃살무늬 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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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 교재 제작과 용어 통일이 시급하다.
창호장 보유자 이종한은 후대에 남기기 위해 조선고적도보라는 책을 참고삼아 성혈사 나한전 꽃살무늬를 만들었다. 조선고적도보 외에는 참고할 만한 문헌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창호를 만들 때 일제강점기에 만든 책을 참고하는 실정이다. 또한, 전통기술과 창호 종목 특성상 제작 기법이 구전으로 전승되어 왔기 때문에 문양의 명칭 기원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식 표현으로 바뀐 명칭도 더러 있다. 문양의 제작 기법도 스승과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종한은 전통창호의 제작 및 수리 기술, 문양 종류와 각 특성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가 없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창호를 보호·전승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창호 관련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교재가 발간된다면 다양한 사람들이 전통창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창호 간에 정확한 비교가 가능해져 새로운 정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전통창호의 기록화가 추진되어 교재 제작과 용어 정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선주 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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