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무형유산을 보호하고 세계에 알리는 데에 있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중에서도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는 한국의 무형유산 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과연 무형유산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유네스코 등재 자체에만 집중한 나머지,실제로 무형유산을 어떻게 보전하고,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 출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유네스코 등재의 의의와 한계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문화를 인정받고,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등재를 통해 무형유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재정적 지원이 강화된다.
예를 들어, 판소리, 아리랑, 김장 문화 등의 몇몇 종목들은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등재 과정에서 무형유산의 독창성과 중요성, 혹은 공동체성은 강조되지만, 정작 해당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전승할 구체적인 방안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등재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일단 등재가 되면 관심이 식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무형유산의 생명력 유지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말로 무형유산을 보호하고 싶다면 유네스코 등재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본질을 놓치고 있는 정책 방향
한국의 무형유산 관련 정책은 유네스코 등재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문화 관련 기관들이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고자 하는 압박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장기적인 무형유산 보전과 전승에 한계가 있다.
무형유산은 단순히 등재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 후세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통 무용이나 민요, 공예 등 다양한 무형유산들은 일상에서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은 이러한 측면을 ‘등재’라는 우선순위에 밀려 소홀히 하고 있다. 국외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다면, 국외보다는 국내에서 어떻게 하면 무형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보호하고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진정 무형유산 보호를 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무형유산 보전을 위한 제언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는 한국 무형유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이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것은 무형유산 보호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우리는 무형유산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보전하고 전승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는 무형유산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러한 문제를 느끼고 있으며, 무형유산 전문가들이 하루빨리 이 문제를 논의하여 해결 방안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것은 전승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전승자들이 중심이 되어 국가가 보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무형유산 활성화의 중심축은 국가이다. 국가가 무형유산을 지정하고 관리하며, 전승자들을 심사하고 전승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무형유산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전승자들인데 국가가 이들을 판단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무언가 아쉬움을 느꼈다. 국가는 전승자들이 그들의 종목을 잘 전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전승이 끊어지더라도 사람들이 이 종목을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해 주는 역할 즉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 그러나 매년 유네스코에 지정하기 위한 종목들은 넘쳐나고, 이에 대해 왜 그 종목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야만 하는 가치 연구는 끊이지 않는다. 반면, 이미 등재된 종목이나 등재되지 않은 종목들은 앞선 연구에 비해, 뒷 순서로 밀려난다. 특히 국립무형유산원의 기록화 사업은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1년에 기록화할 수 있는 종목의 개수가 한정적이다. 아직까지도 기록화 되지 않은 종목들이 많고, 또 2000년대 초반을 마지막으로 기록화 작업이 끝난 종목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현재 근황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종목을 찾기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무형유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부에 쏟을 기력을 줄이고 내부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 미래지향적으로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내실을 다지면 외부의 인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더욱 많은 국내 사람이 무형유산을 자연스럽게 향유할 수 있는 정책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